독일이란 나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기로 계획한 후, 1년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해봤습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1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는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었죠.
당시 전, 한국의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아뜰리에 경력 2년, 공간디자인회사 경력 2년을 갖고 있었습니다.
몸담고 있던 공간디자인회사에서 국제전시/박람회 프로젝트에 주로 참가하면서 종종 해외출장을 다니곤 했었죠.
건축, 인테리어, 전시 등 경험했던 프로젝트들 중 가장 재미나는 일이 전시/박람회였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이쪽 업계에 지원해보고 싶었습니다.
영어는 유창한(?) 정도였고, 독일어는 열심히 독학해서 B1까지 통과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큰 전시/박람회들은 워낙 국제적으로 이루어지는지라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팀장급이 아닌 이상은 프로그램을 잘 다루면 하는 일에 있어서 언어가 큰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도면 치는 거야 나라별로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나... 하는 마음이었죠. (많이 다름)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일자리를 알아봤으면 좋았을 텐데, 전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독일어에 집중을 하느라 미처 지원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를 알아보고 지원을 시작하게 된 건 독일로 넘어오기 2주 전부터였습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전시회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연락이 올 가능성을 높이려면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은 인테리어사무소, 건축사사무소에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한국에 있을 때 시간이 되신다면 미리미리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독일은 일처리가 매우 느리거든요...
워킹홀리데이 대상 국가로 독일을 정하긴 했는데, 문제는 어느 도시에 자리를 잡을지 생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으면 그곳에 자리를 잡으리라'는 심정이었는데요,
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한 덕분에 한국의 3.5배에 달하는 크기의 독일을 도시별로 돌아가며 면접을 보고 다녔습니다.
기차비를 3개월간 25% 할인해주는 Probe Bahncard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마무지한 교통비가 나온 건 아마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가시겠죠... 도시별로 돌아가며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기왕이면 살 도시부터 정하시고 그 지역 내 일자리를 검색해보세요... 는 말 안 해도 다들 그렇게 하나요...?
워킹홀리데이 대상 국가로 독일을 정한 이유 중 하나는 독일에 알려진 도시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독일(독일연방공화국)에 대해 1도 모르던 때에도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프랑크프루트, 뮌헨은 들어 알고 있었고,
'이 중 한 도시에는 내 자리가 있겠지'라며 수많은 회사들을 알아보곤 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단 살 곳부터 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처음 한두 달 이곳저곳 돌아가며 자신과 가장 잘 맞는 도시를 찾는 것은 추천드립니다!
지원한 지 한 달째, 드디어 첫 연락이 왔습니다.
독일로 넘어오기 전, 한국에서 초반에 지원한 회사 중 하나로,
독일 서북부의 D도시에 있는 공간디자인 회사에서 제게 처음으로 면접을 요청했습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인테리어 외에도 제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인 전시/박람회에 집중되어있었어서 지원할 때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하던 곳이었기에,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었기에 디자인과 실시단계 외에 클라이언트 컨택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일어로 할 수 있는 말들인 자기소개, 독일에 온 이유, 회사에 지원한 이유 등을 연습하고,
면접에 나올만한 질문들 중 아직 독일어로 말하지 못하는 부분은 영어로 답을 준비했습니다.
도시 외곽에 있는 옛 (큰) 창고건물을 개조한 회사는, 건물 외부부터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직 면접관을 만나지도 않은 상황이고 독일에 와서 보는 첫 면접인데,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높은 층고를 가진 새하얀 로비에 들어서 독일어로 이름을 말하고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Guten Tag, ich heiße ###, ich habe heute mein Bewerbungsgespräche mit Herr %%%."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인지, 잠시 기다려야 한다며 회의실로 안내받았습니다.
2면이 유리벽으로 이루어진 (역시) 새하얀 느낌의 회의실이었습니다.
비서(로 추정되는 사람)가 들어와 마실 것이 필요한지, 커피, 차, 물 등을 권유했고,
입안에서 푸드득 거리는 탄산수를 부탁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직원 약 50명의 회사에는 분명 HR 담당자가 따로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메일 연락 때부터 회사 대표 중 1인과 연락을 해왔고, 면접에도 역시 해당 대표가 들어왔습니다.
독일어로 된 자기소개와, 독일어와 영어가 섞인 포트폴리오 설명을 끝내자 대표가 그 외의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1) 우리 회사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2) 한국 지사가 있는데, 그곳에서 일할 생각은 없는가? (네?)
3) 보통은 지원해서 합격한 후에 독일로 넘어올 것 같은데, 일단 독일로 넘어와서 지원하는 건 무슨 자신감인가? (응?)
4) 독일어를 공부한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앞으로 더 공부할 계획인가?
5) 다룰 줄 아는 프로그램은 무엇무엇이 있는가?
6) 현재 가지고 있는 비자는 무엇인가, 일할 수 있는 비자인가?
예상했던 질문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나름 자세한 이메일을 써서 지원했다고 생각했는데 지원서에 적혀있는 부분을 다시 질문하기도 했고,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이에 대해 다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게 뭐지? 싶었던 부분 두 가지는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이었는데요,
당시 해당 사무소(독일)에서 오래 일하던 한국인 직원이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지사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울 소재 사무소에서도 사람을 구하고 있었기에 제게 한국에 있는 지사에 지원할 생각이 있느냐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홈페이지가 다 연결되어있어서 확인해봤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었으면 한국 사무소에 직접 지원했을 것이라 말하고 다시 한번 '난 독일에서 일하고 싶음'을 어필했습니다.
저 같은 케이스가 드물다는 건 알게 해 준 세 번째 질문은, '이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궁금하다'는 대표의 부연설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워킹홀리데이라는 받기 쉬운 비자가 있었고, 독일어가 마음에 들어서 독일로 오기 위해 공부했고,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대답했고, '나홀로 이 멀리 나온 당신은 대단하다(?)'는 답변을 들었었습니다.
'이 면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사라지는 중이었습니다.
"자기소개도, 대단함(?)도, 포트폴리오와 경력도 마음에 드는데, 가장 걱정되는 건 <언어소통>이다."
독일어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자 대표가 한 말이었습니다.
"이전에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은 스페인 사람, 그리스 사람을 고용한 적이 있는데, 우리 모두 영어가 가능하긴 하지만 결국 (특히 시급한) 회의 중에 사용되는 언어는 독일어일 수밖에 없다. 저 둘은 어느 순간 독일어 공부를 그만했다. 언어소통이 큰 문제였다."며, 이전의 실패한 고용 이력을 저와 비교하며 저 역시 결국은 언어소통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 걱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어를 일상에서 전혀 접할 수 없는 저 먼 땅에서 혼자 1년도 안돼서 이만큼 해왔고, 이제 현지에 온 만큼 필요하다면 어학원을 다니면서라도 계속해서 독일어를 공부할 생각이다. 언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는 바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대표는 솔직히 말해서 마음에 드는 답변인데, 이전의 실패사례가 있는 만큼 걱정이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월급은 얼마를 받고 싶은가?"
이후에도 면접을 보러 다니며 가장 대답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이 예상월급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의 회사들은 이미 정해진 연봉이 있고, 이를 지원 전부터 확인할 수 있거나 면접 중에 회사 측에서 말해주곤 했었는데, 독일의 경우엔 경력이 어떻든, 직종이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의 예상 월급을 지원자가 제안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이트들에서 미리 확인해본 제 경력에 맞는 월급 범위에서 언어로 인한 불편을 생각해 살짝 낮춘 금액을 불렀는데, 대표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 직장에 들어왔을 때에 받는 월급을 말해주며, '언어도 그렇고 우린 널 아직 잘 모르니'를 이유로 경력 없이 독일 대학 졸업자와 같은 정도를 제안받았습니다.
건축은,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독일에서 또한 박봉이기로 유명합니다.
(절 옆에서 바라보며 2년 내내 "건축을 하느니 아예 다른 분야로 취직하는 게 낫다-"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5년제와 달리 3년 만에 학사를 딸 수 있는 독일 대학 졸업자와 동급이라니 마음이 상했었습니다.
독일에서 본 첫 면접은, 독일어 공부를 더 한 후에 지원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면접이었습니다.
집(호스텔: 다른 도시에 위치)으로 돌아가는 길, 다른 도시에서 두 번째 면접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면접 이야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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