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취업, 독일 건축(공간디자인)회사 면접 이야기 1,2부터 읽어보시면 더 즐겁습니다.>
독일이란 나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기로 계획한 후, 1년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해봤습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1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는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었죠.
당시 전, 한국의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아뜰리에 경력 2년, 공간디자인회사 경력 2년을 갖고 있었습니다.
몸담고 있던 공간디자인회사에서 국제전시/박람회 프로젝트에 주로 참가하면서 종종 해외출장을 다니곤 했었죠.
건축, 인테리어, 전시 등 경험했던 프로젝트들 중 가장 재미나는 일이 전시/박람회였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이쪽 업계에 지원해보고 싶었습니다...만 취업 가능성을 높이고자 건축회사에도 지원하였습니다.
영어는 유창한(?) 정도였고, 독일어는 열심히 독학해서 B1까지 통과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큰 전시/박람회들은 워낙 국제적으로 이루어지는지라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팀장급이 아닌 이상은 프로그램을 잘 다루면 하는 일에 있어서 언어가 큰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B1 정도로는 (진지하게) 받아주는 회사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B2-C1... 최소 C1은 되어야 독일회사에서 (회사가) 겁먹지 않고 고용하려고 합니다.
첫 면접은 D회사에 있는 공간디자인 회사, 두 번째 면접은 F도시 근교에 위치한 공간디자인회사에서 봤지만...
언어 때문에 저를 고용할지 말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거나,
한국의 24시간 대기조와 같은 노동환경을 기대할 것 같은 회사였기 때문에
마음을 놓고 열심히 다른 회사들에도 지원하는 중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지원서를 보내고 있던 도중, 이전 회사에서 협력사 관계에 있던 중국 회사에 "혹시 독일에 아는 회사가 있느냐"고 물어보았고, 그렇게 알게 된 회사에 입사지원 메일을 보냈습니다.
인원 모집공고가 올라와있지 않았음에도, 중국 협력회사에서 알게 되어 연락했다는 말 때문인지 면접을 보러 오라는 이메일을 금방 받았습니다.
독일 중부에서 가기엔 기차노선이 좋지 않았기에,
독일의 수도같지 않은 수도,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기고는 L도시로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독일 입성 한 달 만에 들어온 베를린은 잠시 머물기 위한 도시였을 뿐, 아직 베를린에 정착하겠단 마음은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회사가 날 고용하면 그곳이 어디든, 자리 잡으리라! 란 생각이 여전했었습니다.
저처럼 독일 전역으로 이동시간과 교통비를 쓰지 않기 위해서... 우선 살 곳을 먼저 정하시고 그 지역 내에서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독일에서의 세 번째 면접>
L도시에 위치한 공간디자인회사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HR팀 담당자가 차를 가지고 역으로 절 데리러 나왔습니다.
15분가량의 이동시간 중에 "이 회사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 왜 독일로 오게 되었느냐" 등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면접에 들어가기에 앞서 HR 담당자가 저를 데리고 회사를 한 바퀴 돌며 회사 소개를 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약 1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을 두고 있는 큰 회사로, 디자인보다는 시공팀 인원이 더 많았고,
2대째 가족경영을 해오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연락했던 중국 회사의 대표는 유럽에 올 때가 되면 이 독일 회사의 대표와 만나 3일간 이탈리아 횡단(종단?)을 한다던가, 프랑스 와이너리 체험을 간다던가-하는 사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인턴쉽은 한국의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하였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의 경험이 더 많은 저는 오랜만에 보는 큰 규모의 회사를 일단 신기해하고 있었습니다.
팀 인원에서부터 알 수 있듯, 디자인까지 하는 경우는 적은 회사였습니다.
증원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중국 협력회사에서 좋게 소개해준 점, 제 포트폴리오가 디자인 팀장의 눈에 든 점 때문에 제게 면접을 오라고 연락했다고 들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중, 지금까지 본 세 개의 독일 회사 중에서 가장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는 디자인 팀장을 봤습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잘 돌아가는데?'라 생각하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지,
가장 어려웠던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왜 어려웠는지,
여러 분야를 경험한 것 같은 데 그중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 있는지,
포트폴리오에 대한 질문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는 점을 보았던 두 번째 회사나, 멀리 독일까지 왔다는 점을 보았던 첫 번째 회사와 달리,
제가 낸 서류들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면접이었습니다.
디자인 팀장은 솔직하게 저를 뽑고 싶다고 말하며, 함께 들어온 임원을 보고 "문제는 페이다."란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뿔싸... 또 올 게 왔구나...
즐거웠던 전공면접이 끝나고 행정적인 부분들을 이야기해야 할 차례가 왔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비자는 무엇인가, 독일에서 일해도 되는 비자인가?
독일에도 외국인(비독일인) 노동자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EU 내에서 이동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회사가 직원의 비자를 궁금해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독일에서 대학(원) 교육을 마치고 현지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에 특히 작은 도시에 있는 회사들의 경우, 비 EU외국인에 대한 경험은 매우 적거나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질문이 나온 이유는 아마 제가 미리 첫 이메일에 1년짜리 비자를 가지고 있고, 그 후엔 취업비자로 바꾸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기에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 가능한 워킹홀리데이 비자였기에 첫 1년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 후엔 회사에서 지원받는 취업비자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에 임원의 표정이 묘해졌습니다.
1년 만에 사람을 알기 어려울 텐데 그 후 회사가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니, 다른 EU인들에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에 저 같아도 귀찮아지겠다 생각하긴 마찬가지라 느꼈기에 일단 넘어갔습니다.
페이는 얼마를 생각하는가?
어려운 질문이 또 나왔습니다. 미리 알아본 금액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회사를 떠볼 생각으로 "독일의 기준을 잘 모르겠다. 나 정도면 얼마 줄 수 있는가?"라고 역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면접 준비가 안되어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천유로는 너무 적을 거고, 그렇다고 삼천 유로를 줄 수는 없지."... 답변으로 날아온 범위가 너무 넓었습니다.
독일이 3년제 학부생활이고 한국은 5년제 학부라는 점, 제가 한국에서 4년 정도 경력이 있었다는 점을 무시하고 본 금액이었습니다.
건축은 한국에서나 독일에서나 박봉이기로 알아줍니다.
한국에서도 서울의 회사와 부산의 회사, 그 외 지역의 도시들에서 주는 임금이 다르듯,
독일에서도 지역마다 임금이 달라집니다.
임금이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지역별 주거비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인데요,
L도시는 구동독 지역에 위치해 비교적 집값이 쌌기 때문에, 월급이 조금 적더라도 생활하는 데 문제가 있지는 않을 거란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6개월 수습기간 동안엔 다른 독일 대졸 초보만큼 받고, 그 후에는 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후 페이를 올려달라."라고 답했습니다.
증원할 계획이 없었기에 세무부서와 확인해봐야 하고, 비자 부분 역시 알아봐야 하겠다며, 연락을 주겠다 말했습니다.
임원과의 행정적인 부분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디자인 팀장이 보여준 반짝거림이 마음에 들었기에 기분이 좋은 상태로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L도시는 면접이란 계기로 처음 오게 된 도시인지라 베를린으로 돌아가기 전에 도시를 더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독일에서의 네 번째 면접>
L도시에서 언제 다시 연락이 올지 기다리는 동안,
(기껏 베를린으로 도시를 옮겼더니) 독일 중부 W도시 근교의 건축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주일 머물기로 한 베를린의 WG에서 나와 다시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거의 모두가 AutoCAD를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회사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다릅니다.
W도시 근교의 건축회사는 VectorWorks 란 프로그램으로 2D와 3D를 모두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아는 프로그램은 AutoCAD 아니면 ArchiCAD 뿐이었는데, 세상엔 참 많은 CAD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 역시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한 직원이 차로 중앙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절 데리러 왔습니다.
본인은 프로젝트 중간에 시간이 나는 사람이라 데리러 올 수 있었을 뿐, 면접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하는 직원이었기에, 약 20분 동안 바깥만 열심히 바라보며 타고 갔습니다.
마트 두 개, 집들이 우르르 있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회사였습니다.
주변에 다니는 버스가 큰 도시 W로부터 한 시간에 한대라는 점을 알게 되고는 다음부터는 대중교통을 확인하고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두 명의 대표가 절 반겨주었습니다.
L도시의 회사와 마찬가지로 제 포트폴리오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본 독일 건축사사무소에서의 면접이었는데,
다른 분야에서의 경력을 아예 없는 취급을 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4년의 경력을 모두 인정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가 다시 건축으로 돌아온 것이 남들과 다른 강점이 될 것이라고 대표가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30여 명의 직원들이 오픈된 공간에서 열심히 도면을 치고 있었습니다.
방별로 파트가 나누어져 있던 L도시 회사나, 주택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F도시의 회사와 달리, 열린 공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2D와 3D를 모두 다루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한국에서 본 것과 같은 VRAY 등의 렌더링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는 않는 곳이었습니다. AutoCAD에 능숙하면 2주면 VectorWorks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직원이 말해주었습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소개받고 있는데, 화려한 한국의 렌더링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뭔가 계속 부족해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비자 문제는 수습기간이 끝난 후 결정하는 것으로 하고, 페이는 다른 경력자들에 맞춰주겠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하는 환경도, 단란해 보이는 직원들도, 페이와 비자 문제도 마음에 들었으나,
회사의 위치 상 출퇴근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
아는 점이 하나도 없는 도시이라는 점,
(출퇴근 용이한) 집을 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겠다는 점 등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언제부터 나올 수 있느냐는 말에, 다음에도 잡힌 면접들이 있어 2주에서 1달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대답했습니다.
긍정적인 대답이 올 것 같은 L도시의 회사와 이미 고용의사를 밝힌 W도시의 회사를 놓고 고민하였습니다.
공간디자인회사와 건축사사무소라는 차이,
둘 다 쉽게 출퇴근 하기는 글렀다는 공통점,
대학생들이 많아 방 구하기도 좋은 L도시와 대학생들이 적어 방 단위로 구하기 어려운 W도시,
생각할 점들이 많았습니다.
즐거운 고민이었습니다... 는 다음에 다시 이어서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 주간 감기 아닌 감기 초기 증상으로 (코로나 아님!) 골골거리느라 포스팅 못하고,
이번 주는 그 때문에 밀린 업무 열심히 하느라 포스팅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늘어져서 쉬고 싶었거든요!
이제 다시 열심히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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